적어도 이 야경만큼은
상상했던 그 도시를 꼭 닮았다.
잔뜩 찌푸린 하늘 덕분에 눈이 부시지 않고
이끼가 나뭇가지에 기댈 수 있을 만큼 촉촉한 공기도 좋다.
그리고 보니 한 번도 좋아한 적 없는 bay area에서
그동안 어떻게 살았나 싶다.
카메라와 지하철 표 하나면
짧은 주말을 아쉬워하기에 충분하고
크로와상과 버터 한 조각이면
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했는데
어느새 누군가가 매겨놓은 별 붙은 식당에서
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음식들을 뻣뻣하게 먹고
일밖에 모르는 바보가 되어 가고 있는 건 아닌지.
한때 여행길에서 만난 일본 사람들이 말하던
'나를 찾아가는 여행'이라는 게 이런 의미였을까.
예전에 나를 알던 사람들이
요 몇 년간의 나를 본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 싶다.
이제 숨 고를 여유는 생겼으니
다시 카메라를 꺼내봐야겠다.
이른 아침 고요한 호숫가 산책,
사무실 창밖으로 보이는 노 젓는 풍경,
취미 없는 나조차 눈웃음 짓게 하는 커피,
빈티지 오디오 소리가 썩 잘 어울리는 중고 음반 가게,
요즘 같은 시대를 종이 냄새와 함께 버티는 서점으로
잊고 살던 날들을 떠오르게 해준 씨애틀에게 감사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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