Friday, December 30, 2016
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.
가을이 겨울이 되어 가던 어느 해
한 때 법정 스님이 계셨고 묵언 수행이 한창이던 길상사.
자야의 비를 보면서
언젠가 백석의 글을 구해봐야겠다는 게 벌써 몇 년이 흘렀다.
가난한 내가
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
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
나타샤를 사랑은 하고
눈은 푹푹 날리고
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
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
나타샤와 나는
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
산골로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
눈은 푹푹 나리고
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
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
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
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
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
눈은 푹푹 나리고
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
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
- 백석
Monday, December 19, 2016
Nutcracker.
Bay area에서 본 최고의 공연.
이야기 만큼이나 동화 같았던
War Memorial Opera House의 무대, 발레, 차이코프스키의 음악..
발레를 한 딸이 어릴 때 클라라 역도 여러 번 맡았다면서
이제는 훌쩍 큰 딸과 25년째 매년 이 공연을 보러온다는
옆자리의 독일인 아주머니도 기억에 남는다.